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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 지금의 의료 서비스가 계속되리라 믿는 당신에게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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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 지금의 의료 서비스가 계속되리라 믿는 당신에게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박한슬 지음 
  • 출판사북트리거 
  • 출판일2022-10-19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2, 누적예약 0

책소개

젊은 인구에 기대어 가까스로 맞춰진 ‘의료 평형’ 상태,
이 ‘평형’은 곧 깨진다

저자는 한국에서 의사 1명이 하루에 평균 58.3명의 환자를 진료한다는 통계 분석으로 책을 시작한다. 우리가 진료를 받으려고 대기할 때 느끼는 체감으로 따져 봐도 이건 그리 놀라운 수치가 아니다. 이처럼 우리는 이 상황에 아주 익숙해졌기 때문에 지금 의료의 기이한 구조를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 저자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와 경제 규모가 크게 다르지 않은 주요 선진국들에서 이 수치는 단 8.1명으로 드라마틱하게 내려간다. 한국이 무려 5~6배 많다는 얘기다. 저자의 비유를 빌리자면 지금 우리는 10인승 엘리베이터에 60명을 태우고 하강하고 있는 셈이며, 어떻게 보면 그보다 더 위험하다. 단순히 무게가 아니라 환자의 ‘목숨 값’이 5~6배나 더 가벼워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에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한국의 의료 제도 및 정책을 살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왜곡된 구조도 나름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이 ‘기이한 평형 상태’는 당연히 오래갈 수 없다. 그리고 한국이 과거 예상보다 더욱 급속도로 ‘늙어 가고’ 있기 때문에 그 ‘붕괴’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미국, 영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보다도 훨씬 빠르며 이 추세라면 당장 2025년부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고령사회에서 한 단계 높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단 7년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고 이 또한 세계 최고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의료 정책은 당연히 젊은 인구에 기대어 가까스로 평형이 맞춰진 상태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직 겨우겨우 돌아가고 있지만, 현재의 장년층이 의료 서비스 주요 이용 계층인 ‘노인’이 될 때쯤에는 인구구조 자체가 지금과는 판이해진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보다 노령인구가 더 많아지는 역삼각형 구조가 자리 잡게 되는데, 그러면 지금과 같은 의료 서비스 이용은 더는 가능하지 않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그러니 현재 ‘생산가능인구’의 주요 일원으로 속해 있으며 이 의료 붕괴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게 될 우리가 “의료 정책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갖추고 적극적 의사 표명을 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 시점은 인구구조가 바뀌어 가는 바로 지금이어야 한다.

‘슬기로운 의사’들로 가득할 것 같은 병원의 속사정과
티핑 포인트에 이른 한국 의료의 쟁점들

젊고 멋진 의사 역 배우들로 늘 화제가 되는 의학 드라마들의 배경은 대부분 ‘종합병원’이다. 그래서인지 일반인들이 ‘병원’이나 ‘의료’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곳도 동네 작은 의원보다는 종합병원인 경우가 많다. 저자는 “공교롭게도 한국 의료의 문제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공간 역시 종합병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1부에서는 “겉보기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최첨단 종합병원의 그늘”에서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태움’, 기피과, 진료보조인력, 점점 짧아지는 진료와 늘어나는 검사 시간 등의 문제를 상세히 파헤쳐 나간다.
2부에서는 의료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공급자는 공급자대로 개인으로서 지극히 ‘합리적인’ 의료 선택들을 내린 결과 초래된, 누구도 의도치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구조적으로 짚어 본다. 다른 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세끼 약 포장’ 방식으로 대표되는 한국 약국의 복약지도 생략, 내가 가고 싶은 병원을 ‘골라서’ 내가 가고 싶은 때마다 가는 ‘병원 선택’의 권리가 변질된 ‘의료 쇼핑’, 다른 모든 업종과 마찬가지로 서울의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의료인들의 지방 기피와 그에 따른 지방 의료의 위기 등을 살펴본다.
1부와 2부의 내용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결국 한국 사회 전체의 안전 불감증을 떠받치는 비용 효율성의 문제, 그리고 한편으로는 ‘제대로 진료하면 적자가 나는’ 불합리한 의료 제도의 문제이다. 3부에서는 이러한 딜레마들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평가 기준 등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쌓여 온 ‘의료계 vs 정부’ 갈등이 코로나19를 지렛대 삼아 폭발한 의사 파업 사태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또한 초고령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그려 볼 수 있는 미래 한국 의료의 시나리오와 몇 가지 실현 가능한 해법들을 모색하며 마무리한다.

전문가에게 맡겨 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질병과 죽음의 영역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대부분 의료 소비자이자 비전문가인 우리를 어엿한 ‘의료 주체’로 호명하고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어느 업계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있고 그와 일반인의 지식 및 역량 차이가 현저하기 때문에, 우리는 생활하면서 대부분의 경우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게 가장 낫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건 대체로 합당한 판단이지만 이 책의 주제인 의료 문제는 그렇게 놓아두기 어렵고,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이다. 우리 모두는 반드시 노화하기에 질병과 죽음의 문제를 스스로 사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점점 더 그 주제를 다루는 책이나 미디어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질병과 죽음에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병원과 의료의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히 살펴보고 그렇게 이해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해 볼 이유가 충분하다.
이 책의 저자인 박한슬 작가는 대학병원 약사 출신으로 지금은 통계학을 전공하며 사회적인 글쓰기를 하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렇게 의료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의 입장에 놓여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폭넓고 균형적인 시각이 돋보일 뿐 아니라, 두 번째 전공인 통계학을 십분 활용해 철저한 자료 수집과 고난도의 분석,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 자료를 쉽게 풀어내 읽어 주기’가 가능했다.
저자는 “그간 국내에서 의료 정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특정한 자신만의 해법을 상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현실 일부만을 잘라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소규모 마을 공동체 내에 의사가 함께 거주하는 의료를 추구하자는 몽상적 진보주의, 현재 국내 의료의 근간인 건강보험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의료를 시장에 맡기자는 우파적 극단주의 등”을 경계하자고 말한다. “각자가 지향하는 이념과 방향성이 다르게 보인다면 귀를 닫는 일이 워낙 흔해진” 상황 속에서도, 적어도 현재 한국 의료가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공유하고 우리 모두의 ‘숙제’라는 점을 환기하고자 이 책을 썼다.

저자소개

약 대신 글을 짓는 약사. 병원 행정직 아버지, 대학병원 간호사 어머니, 소아과 전공의 여동생이라는 독특한 가족 구성 덕분에 의료 정책에 대한 여러 직역의 입장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다. 졸업 후 대학병원 약제부에서 근무하다, 현재는 연세대학교에서 통계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약의 작용 원리를 쉽게 풀어 쓴 『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와 투자자 관점에서 바라본 제약산업 개론서 『바이오 투자의 정석』을 썼으며, 현재 《중앙일보》와 《주간조선》 등의 매체에 칼럼을 쓴다.

목차

여는 글: 목숨 값이 가벼운 나라의 의료 이야기



1부 최첨단 종합병원의 그늘

1장 - ‘태움’이라는 악습이 자라는 토양

2장 - 기피과와 진료보조인력(PA)의 탄생

3장 - 의료진 대신 검사 장비로 가득한 병원



2부 개인의 권리, 체계의 실패

4장 - ‘빨리빨리’에 사라진 복약지도

5장 - 환자의 병원 선택권과 지방 의료의 몰락

6장 - 의료 인력의 지방 기피와 지역인재전형



3부 지금의 의료가 지속 불가능한 이유

7장 - 코로나19로 드러난 아주 오래된 균열

8장 - 의사들이 파업에 나섰던 ‘진짜’ 이유

9장 - 초고령 사회와 한국 의료의 미래



닫는 글: ‘의료’를 우리 모두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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