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상세보기

게임의 사회학 - 리니지와 WoW의 로그 데이터에서 찾은 현실 세계의 알고리즘 (커버이미지)
알라딘
게임의 사회학 - 리니지와 WoW의 로그 데이터에서 찾은 현실 세계의 알고리즘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이은조 지음 
  • 출판사휴머니스트 
  • 출판일2022-09-18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미래의 사회과학자는 연구를 위해 게임에 접속해야 할 것이다!”
WoW에서 전염병 감염 경로를, 리니지에서 조직 경영 원리를 분석하다

많은 이가 게임을 그저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 세계의 유희로 치부한다. 하지만 오늘날 온라인 게임은 사용자가 현실 세계와 거의 유사하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게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인간 심리와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게임 데이터 분석과 연구를 바탕으로 팬데믹, 종말, 인센티브, 조직 경영, 호혜성 등 사회과학의 주제를 파헤친다. 리니지, WoW, 파이널 판타지, LOL의 로그 데이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흥미진진한 지식과 통찰을 만나보자.

1. 게임 데이터, 사회과학의 자료가 되다
– 데이터 과학자가 게임 로그 데이터에서 분석한 인간과 사회의 메커니즘
– 메타버스 시대의 알고리즘을 찾아내는 게임 사회학의 가능성

‘메타버스’라는 말이 보편화될 정도로 가상 세계는 오늘날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그런데 사실 메타버스의 시초는 2000년대 초 출시된 게임 〈세컨트 라이프〉와 〈심즈 온라인〉이다. 사용자는 가상 세계에서 다른 사용자와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두 번째 삶을 사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 통신망 보급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MMORPG(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는 사용자에게 현실과 같은 자유로운 활동을 선사했다. 이로 인해 현실과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였던 게임 속에서도 현실과 매우 유사한 경제·사회 체제가 구축되었다.
이 같은 현상에 흥미를 느끼고 진지하게 연구를 수행한 사람이 있다. 경제학자 에드워드 캐스트로노바는 MMORPG 〈에버퀘스트〉에서 가상 재화의 생산·소비·교환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심지어 게임 아이템이 이베이에서 현금으로 거래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게임 아이템 경매 목록 조사, 사용자 설문 등을 통해 〈에버퀘스트〉의 경제를 분석하여 2002년에 논문을 발표했고, 이 논문은 가상 경제에 관한 최초의 연구가 되었다. 그런데 캐스트로노바의 논문은 사회과학 연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현실과 유사한 온라인 게임을 분석하면 사회를 이해하는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을까? 게임 사용자의 행동이 세밀하게 기록되는 로그 데이터(log data)는 사회과학 연구에 새로운 자료를 제공할까? 이 책 《게임의 사회학》은 이 같은 질문에 응답하여 ‘게임 사회학’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말해준다. 저자 이은조 박사는 엔씨소프트에서 일하는 데이터 과학자로, 게임 사회학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직접 게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게임 사회학의 통찰을 전한다.

MMORPG 속 가상 세계는 얼핏 보기에 용과 마법이 등장하는, 현실과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 세계와 매우 유사한 경제·사회 체제가 구축되어 있었다. 가상 세계 속에서 수행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은 표면적으로 보면 그저 유희를 추구하기 위한 행동 같았으나 실상은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가상 세계 안에서도 생산이나 소비, 물물교환, 경매 등의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가상 세계 속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친구 관계를 맺거나 공통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어 서로 경쟁하거나 협력했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다툼을 벌이는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주고받았다. 심지어 현실 세계와 유사한 범죄 행위들이 생기기도 했고 개중에는 마치 마피아와 비슷한 범죄 조직을 결성하는 사례도 있었다. 즉, 겉으로 보이는 형태만 다를 뿐 그들이 하는 행태는 비슷했다. 캐스트로노바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들이 경제·사회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관계였다.
- 〈들어가며〉 중에서(9쪽)

아무리 정교하고 복잡한 MMORPG라 하더라도 아직은 현실 사회의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환경이나 활동 목적도 다르므로 이로 인한 차이도 무시하지 못한다. 대신 가상 세계에는 현실 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정밀한 관측 데이터가 있다. 가상 세계는 디지털로 이뤄져 있으며 여기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나 일어나는 사건은 모두 게임 서버를 통해 기록되고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런 자료를 ‘로그 데이터(log data)’라고 부르는데, 이 로그 데이터를 분석하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는 분석하기 힘든 사건이나 현상도 로그 데이터를 이용하면 더욱 세밀하게 관측하고 분석할 수 있다.
- 〈들어가며〉 중에서(12쪽)

2. 팬데믹, 인센티브, 조직 경영에 관해 게임이 말해주는 것들
– 새로운 사회과학 연구방법론을 제시하는 게임의 가치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주제를 다루는데, 1부에서는 게임을 소재로 한 다양한 사회과학적 연구에 관해 이야기한다. 〈리니지〉, 〈WoW〉, 〈파이널 판타지 14〉, 〈심즈 온라인〉 등 게임 속 사건과 로그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들은 종말, 팬데믹, 인센티브, 페널티, 회사와 개인의 성장, 조직의 흥망성쇠 등에 관한 놀라운 통찰을 전한다. 예컨대 〈WoW〉에서는 설정 오류로 인해 캐릭터 대부분이 감염되어 죽은 ‘오염된 피’ 사건이 발생했다. 전염병학자 에릭 로프그린은 이 사건에서 해당 질병이 어떤 감염 경로를 갖는지, 대규모 감염 사태 속에서 사용자는 어떤 행동 유형을 보이는지 등을 분석한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예측할 수 없는 규모와 양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오염된 피’ 사건은 게임 속 오류로 인해 우연히 발생했다. 그런데 한발 더 나아가 전염병 연구를 위해 이 사건과 유사한 가상 실험을 게임에서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센티브에 따른 성과를 측정하는 연구는 어떨까? 보상과 성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임의로 직원들을 나누고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실험은 현실에서 시도조차 할 수 없지만, 게임에서는 가능하다. 이처럼 게임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다양한 사회과학 실험을 수행하는 가상 세계의 연구실로 활용될 수 있다.

우선 게임 서버 관리자는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된 캐릭터들을 격리함으로써 상황을 통제하려 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격리는 불가능했다. 감염된 캐릭터 중에는 다른 캐릭터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구석진 곳에 가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는 캐릭터도 있었지만, 도시 곳곳을 누비며 다른 캐릭터들을 마구잡이로 감염시키는 캐릭터도 있었다. 이런 사태를 모르고 질병이 퍼진 도시로 진입하는 이들에게 상황을 알리기 위해 마을 입구에서 계속 소식을 전하려고 노력하는 캐릭터나, 격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도망가려는 캐릭터들을 붙잡기 위해 일종의 자경단을 결성하는 캐릭터들도 있었다. 심지어 비록 완전한 치유가 불가능한데도 본인이 가진 힐링 기술을 이용해 계속 다른 캐릭터의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캐릭터도 있는 한편, 치료 효과가 있다며 거짓 아이템을 팔아서 이익을 챙기는 캐릭터도 있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2019년 말부터 2022년 중반까지 2년 넘게 인류가 겪고 있는 COVID-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17년 전 〈WoW〉의 가상 세계에서 보았던 삼라만상과 매우 유사한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즉, ‘오염된 피’ 사건과 COVID-19 사태는 가상 세계 속 캐릭터의 행태가 현실 세계 속 인류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 〈1장 종말과 팬데믹: 서비스 종료, 게임 최후의 날〉 중에서(44~46쪽)

MMORPG에서는 현실 세계와 매우 유사한 수준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대다수의 게임 사용자가 이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추구하는 주요 목표는 ‘성장’이다. 좀 더 자극적으로 표현하자면, 남들보다 강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용자들은 캐릭터의 레벨을 높이거나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비유하자면 캐릭터의 레벨이 올라가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는 것에 해당하며,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부를 쌓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구하기 힘든 굉장히 희귀한 아이템을 우연히 얻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우연히 큰 부를 얻는 사건인 복권 당첨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모두가 원하는 굉장히 좋은 아이템을 얻은 사용자는 이후에 게임 활동이 어떻게 달라질까?
- 〈2장 인센티브: 게이머를 위한 당근과 채찍〉 중에서(67~68쪽)

조직원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길고 조직원들의 직업과 레벨이 고르게 분포할수록 조직의 생존율도 올라가고 캐릭터의 성장에도 유리했다. 하지만 조직의 전체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조직 내 소집단을 잘게 나눌수록 조직의 생존에는 유리하지만 개별 캐릭터의 성장에는 덜 유리했다. 개별 캐릭터에게는 전체 길드 규모가 작고 그 안에서 소집단이 덜 나뉘어 있을수록 성장에 유리했다. 이 연구 결과를 보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회사에 다니는 독자 중에는 이 결과를 회사의 생존과 노동자 개인의 성장 관계에 대응해본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 〈3장 조직 경영: 길드와 회사의 흥망성쇠〉 중에서(94~95쪽)

3.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내일을 전망하는 힘
– 골드 파밍, 아이템 거래, 가상 범죄... 게임과 현실을 넘나드는 사회 현상을 파악하다

이 책의 2부는 게임과 현실 모두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을 다룬다. 아이템 현금 거래, 가상 범죄 등은 가상 세계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를 구성한다. 게임 재화를 전문으로 생산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고, 이를 사업으로 운영하는 사람도 있으며, 가상 재화와 현금의 거래가 국가 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사기를 쳐서 값비싼 아이템을 가로채고, 아이템 증여를 탈세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 가상 범죄도 기승을 부린다. 이처럼 가상과 현실이 얽혀 있는 오늘날에는 개인의 심리와 행동, 각종 사회적 쟁점, 국가 무역과 같은 경제활동 등 게임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이 생겨났다.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가상과 현실이 뒤얽힌 머지않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무수한 게임이 펼쳐 보이는 새로운 세계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아이템 현금 거래를 통해 가상 재화가 실질적인 가치를 가지면서 가상 재화를 현실 경제에서 어떻게 취급해야 할지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를테면 〈리니지〉에는 ‘진명황의 집행검’이라는 아이템이 있는데 최소 수천만 원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집행검을 자동차나 시계 같은 현물로 취급해야 할까? 또한 〈리니지〉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아데나’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아이템 현금 거래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가상 재화 중 하나다. 그렇다면 ‘아데나’를 ‘원’이나 ‘달러’ 같은 화폐로 취급해야 할까? (중략) 이를테면 2022년 초 아데나의 환율은 100만 아데나 기준으로 약 1,480원 정도인데, 최소 6개월 이상 이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안정적인 시세를 형성하고 있고, 다른 화폐와 교환할 수 있으며, 가상 세계 안에서 다른 물건을 사거나 파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면 화폐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4장 아이템 현금 거래: 현질의 경제학〉 중에서(121~122쪽)

우리는 어쩌면 앞으로 가상 세계 범죄를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행동으로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가상 세계의 일탈 자체도 현실 세계와 비슷하게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2016년 《아에온》이라는 디지털 잡지에 실린 한 칼럼은 이 문제에 관한 진지한 주장을 담고 있다. 이 칼럼의 저자는 가상 세계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상 세계에서의 행동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중략) 만약 가상 현실을 통해 누군가를 칼로 찌르는 행위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현실과 거의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그럴듯하다면 이것을 단지 가상 세계의 행동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쉽게 치부할 수 있을까? 혹은 육체적인 피해는 없지만 감각적으로 현실과 비슷한 정도의 고통이나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가상 세계라면 우리는 그 속에서의 범죄 행위를 현실과 다르게 취급할 수 있을까?
- 〈5장 가상 범죄: 범죄의 도구가 된 게임〉 중에서(178~179쪽)

저자소개

게임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이터 과학자. 서비스 개선이나 운영을 위해 사용자의 게임 속 행태를 살펴보고 게임 데이터 분석에 관한 연구를 접하며, 게임 데이터가 지닌 사회과학적 가치를 깨달았다. 가상 세계의 일들이 모두 기록되는 로그 데이터는 현실 세계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보다 훨씬 정밀하기에, 인간의 행동과 사회 현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귀한 자료이다. 비록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팬데믹, 종말, 인센티브, 조직 경영, 아이템 현금 거래, 호혜성 등에 관한 연구는 이 같은 게임 사회학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게임 데이터를 폭넓게 활용한다면 우리가 현실 세계의 사회, 경제, 문화 등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전산학으로 학사·석사학위를 받고 보안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엔씨소프트에서 데이터 분석 및 엔지니어링 조직 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회사에서 수행하는 데이터 분석 기술과 응용 사례를 외부에 홍보하기 위해 실원들과 함께 ‘DANBI(https://danbi-ncsoft.github.io)’라는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데이터 과학자의 일》(공저)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1부 게임 → 현실


1장 종말과 팬데믹: 서비스 종료, 게임 최후의 날

2장 인센티브: 게이머를 위한 당근과 채찍

3장 조직 경영: 길드와 회사의 흥망성쇠



2부 게임 ↔ 현실


4장 아이템 현금 거래: 현질의 경제학

5장 가상 범죄: 범죄의 도구가 된 게임

6장 호혜성: 가상 세계에서 찾은 선한 마음



한줄 서평